1년째 이어지는 의정갈등… 이젠 협상 필요하다
서부건, 박준수 기자
2024년 2월 5일, 보건복지부는 2025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65% 증원하기로 발표했다. 정부는 2035년이 되면 의사 수가 약 1만 5천명 부족할 것이라면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정도 규모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전공의 의사들이 이에 집단 반발하면서, 대규모 사직을 선언했다.
왜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것일까?
우선 의대 교육 환경이 증원 규모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대는 과의 특성상 실험, 실습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 실험 기구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장 내년부터 큰 규모의 증원을 시작하면 임상 기구의 수가 부족해져 부실한 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의대 증원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의료서비스를 필수의료, 피부과/성형외과 등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의료서비스를 비필수의료라고 한다. 그런데 대형 병원에 종사하는 필수의료계 의사들의 수입보다 개인병원을 차려 돈을 버는 비필수의료계의 수입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필수의료계 의사들이 계속해서 비필수 의료계로 빠져나가고 있어서 대형병원의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의견이다. 전공의들은 비필수의료계 의사들을 필수의료계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가 단체 사직을 시작하면서 환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갔다. 우리나라의 대형 병원들에는 생각보다 많은 전공의들이 있다. 서울대병원 등 서울 상급종합병원 5곳의 전공의 비율은 모두 30% 이상이다. 이렇게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공의들이 의료계를 떠나자, 의료 대란은 더욱 심각해졌고 국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작년 9월에 정부가 8월 안에 복귀한 전공의에게 수련(연습과정) 일부를 면제해 주는 혜택을 공개하는 등 전공의의 복귀를 요청했지만,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사직 전공의의 56%가 동네 병원이나 의원에 취업했다. 충원되어야 할 필수의료 분야가 아닌 비필수의료과에 의사들이 몰린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필수의료 의사들이 점점 부족해져 응급한 환자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의료대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토끼풀>에서 인터뷰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의료대란의 책임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증원을 몰아붙인 윤석열 정부에게 가장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의료계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의료계의 거센 반대가 따라왔다. 의사라는 전문 직종의 특성상 초기보다 수입이나 권위 등 여러 부분에서 기존보다 상황이 나빠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같은 경우는 공익성이 굉장히 중요한 직종이다. 따라서 의사들이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의 내용 중 하나이다. 이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었다는 방증이다. 작년 2월부터 시작된 서로의 갈등은 12월 3일을 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협치 없이 계속 강대강으로만 대응한다면 의료 체계를 바로잡으려는 기존의 취지에 반해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의료계와 정부의 무의미한 소모전은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갈 뿐이다.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의료 대란을 끝내기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전공의가 협상과 타협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공의: 전문의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고 있는 의사.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