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교통비 타이어보다 비싸다!

앗! 교통비 타이어보다 비싸다!
Photo by Allen Yoo / Unsplash

최근 녹번·응암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이 건설되면서 학생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따라서 이들을 수용할 학교들이 필요했는데, 초등학교는 서울어울초등학교가 신설됐지만 중학교는 생기지 않았다. 본래의 녹번동 개발 계획에 중학교 부지가 포함돼 있었지만, 2016년 은평구의회에서 “충암중학교와 영락중학교에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학교 부지의 지정을 해제하고 아파트 한 동을 추가로 지었다. 따라서 녹번·응암동에 거주하는 중학생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중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의 불편이 지속되자 해당 지역 중학교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넘쳐나는 학생들을 본래 계획인 충암·영락중학교가 아닌 연신·불광·연천중학교에도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배정 학군이 초등학교 학군과 동떨어져 있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멀어지는 문제도 제기된다. 녹번동 은평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중학교 배정이 다르게 될 것 같아 섭섭하다”라고 말했다.

원거리 통학 문제 심각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원거리 통학이다. 학생들이 왕복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를 매일 아침과 방과 후에 왕래해야 하는데, 시간이 매우 낭비된다는 불만이 쇄도한다. 연신중학교에 재학 중인 나예은 학생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지각하지 않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며 “아침밥을 먹을 시간도 없다”라고 <토끼풀>에 말했다.

원거리 통학에 따른 교통비 문제도 학생들을 괴롭힌다. 청소년 기준 버스 요금이 900원이고, 지하철 요금이 800원인데, 하루 2번 이상 학교를 왕복해야 하니 교통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 한 학생은 <토끼풀>에 “한 달 교통비가 6만 원 이상 들어서 매우 부담된다”고 불평했다. 한 학생은 “교통비가 한 달에 8만원이 넘는데, 부모님께 말하기도 눈치가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토끼풀>의 설문조사 결과 84명 중 62%의 학생들이 ‘교통비가 많이 들어 부담된다’라고 답했다.

정부·지자체 해결책 없어

비자발적인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과도한 교통비 문제를 많은 학생들이 겪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뚜렷한 해법을 내고 있지 않다. <토끼풀> 취재 결과,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시행 중인 서울특별시는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혜택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K패스’ 사업을 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였다.

청년층 혜택만 있다

한편 서울시와 국토부는 20대 이상 40대 미만 청년층에게는 혜택을 상당히 많이 주고 있다. 서울시 사업인 기후동행카드의 원래 가격은 65000원인데, 만 19세 이상 40세 미만은 7천 원이 할인되고, 군대에 갔다 온 청년은 이러한 혜택이 2년 연장된다. 국토교통부 사업인 K패스는 대중교통을 일정 횟수 이상 이용하면 20%를 사후 환급해 주는 정책이고, K패스 또한 만 19세에서 34세의 청년은 환급률을 10% 늘린 30%의 환급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의 교통비 지출이 청년층보다 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에서는 K패스에서 확장한 혜택을 제공하는 ‘더 경기패스’ 사업을 시행 중인데, 만 6세에서 18세 청소년에게는 분기별 6만 원, 연간 24만 원 한도의 전액 환급 혜택이 주어진다. 광명시에서는 경기도의 혜택과 별개로 청소년에게 분기별 9만 원, 연간 최대 36만 원의 환급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 혜택 부재

서울시와 국토부의 기후동행카드·K패스 정책은 경기도와 광명시의 사업들과는 달리 청소년 혜택이 전혀 없다. 기후동행카드는 청년층 요금인 58000원보다 비싼 65000원의 요금으로 이용해야 하고, K패스의 경우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홈페이지 가입조차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성흠제 의원은 <토끼풀>과의 인터뷰에서 “심각성을 잘 알겠다”며 “서울시와 대화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해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정책 사각지대’ 고려해야

청소년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인 만큼, 하루빨리 청소년 혜택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고, “정치인들과 정부 당국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을 고려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학생은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고, 투표권이 있는 노인층과 청년층을 위한 선심성 정책만 쏟아지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고, “교통비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기사 더보기

4·19 정신 받들어 청소년 사회참여 늘리자

올해로 4·19 민주혁명이 65주년을 맞았다. 4·19 혁명은 헌법에도 실렸을 만큼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시민이 불의한 독재 정권에 항거해 살아 있는 권력을 끌어내린, 한 마디로 민주 혁명이다. 4·19 혁명에는 다른 의미도 있다. 청소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여 도화선을 당겼고,

편집부

조속한 개헌 필요하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헌법은 38년 전인 1987년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38년 전의 우리나라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수십 년에 걸친 군사독재가 막 끝난 상황이었고, 경제과 기술도 현재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이런 1987년의 헌법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우선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도 불리는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권력은 나눌수록

편집부

기후동행카드 할인 혜택 청소년 확대, 반가운 결정이다

서울시가 ‘규제철폐안’을 발표해 기후동행카드의 청소년 할인 혜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만 13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들에게도 교통비 절감의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로, 이전까지 기후동행카드 정책에서 소외되었던 청소년들의 불만을 해소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교통비 할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이미 청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중교통 정액권 정책을 통해 교통

편집부

우리에게도 세월호 참사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토끼풀의 편집장 문성호입니다. 지난 4월 10일, 안산에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단원고등학교가 안산에 있기 때문입니다. 안산은 은평구에서 지하철로 대략 한 시간 반이 조금 넘게 걸립니다. 경로에 GTX가 포함돼 있어 비용도 꽤나 많이 듭니다. 그럼에도 제가 시험 기간에 안산에 다녀온 이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된 글을

문성호
“승객을 탈출시켜야 한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승객을 탈출시켜야 한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이 사고로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 이 중 248명이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이었고, 10명은 단원고 선생님이었다. 일반인 승객은 41명이었다. 모두 172명이 살아남았다. 단원고 학생 75명과 선생님 3명, 일반 탑승객 94명이 구조됐다. 이 사고는 전국에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학생들과 탑승객들이 목숨을 잃는 과정이 전부 보도됐고, 기자들은

문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