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조장하는 학생인권조례?

서울시의회가 지난 26일 특정 정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시킨 것은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을 위협하는 부당한 조치이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
특정 정당 의원들만으로 구성된 서울시의회 인권특위는 이 조례 폐지로 학생과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교권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학생 인권과 교권은 양쪽으로 나뉘어져 편가르기하고 대립할 문제가 아닌 함께 존중받아야 할 가치이다. 교육부의 ‘교권보호 고시’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고 보완하면 될 것이고, 서울시교육청 또한 이와 같은 학생의 책임과 의무를 담은 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바 있지만 서울시의회는 폐지만을 주장하며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를 강행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청소년에게 보호받을 권리,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 교육권, 의사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번 조례 폐지는 이러한 국제적 약속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권리들이 아동복지법에 규정되어 있어 별개의 조례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2018년 제기됐던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학생인권조례는 전체적으로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학생의 권리를 열거해 학생인권 보호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판결할 만큼 학생인권조례가 중요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12년 동안 학생에 대한 체벌 금지, 개성 존중, 성 정체성·지향성 존중, 양심과 종교의 자유, 차별 금지, 임신·출산 보호, 사생활 보호 등을 규정하여 학생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마지노선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일부 극단적 종교·학부모 단체에서는 이를 왜곡하여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체들이 주장하는 근거들은 통계적으로 반박이 가능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규명된 사안들이다. 심지어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학교의 인권침해 요소와 학교폭력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그리고 일부 종교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양성애를 조장하고, 동성애와 양성애가 교육 현장에 큰 해악을 끼친다며 조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들이 제시한 근거들은 거의 없고, 또한 전국 지자체 학생인권조례에 동성애·양성애를 장려하거나 직접적으로 옹호하는 조항은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또한 “조례가 의도하는 것은 성적 지향은 다르지만 존엄한 인간으로서 존중하자는 것이지, 동성애를 하라거나 동성애자가 되라고 가르친다는 건 완벽한 오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동성애가 교육 현장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것도 오해에 불과하다. 미국 질병통제관리청(CDC) 통계에 따르면 미국 학생 중 4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26.2%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LGBTQ, 즉 성소수자로 정의한다고 한다. 일부 극단적 단체들에서 주장하는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이미 교육 체제가 붕괴되어 있어야 하지만, 미국 교육 시스템은 멀쩡히 잘 운영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해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시민단체 [연합뉴스]](https://img.khan.co.kr/news/2023/05/28/news-p.v1.20230526.bacb3d6353c54aa2a0b59751db5931ad_P1.webp)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12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는 보편적인 규범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특정 정당과 특정 단체들이 서울시의회에서 이런 중요한 조례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필자는 학생인권조례의 부당하고 폭력적인 ‘묻지마 폐지’에 강력히 반대하며, 서울시의회와 교육청, 국회는 재의 요구와 대체 입법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내놓기를 바란다. 류승연 작가가 한겨레에 기고한 글의 일부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학생인권조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부모 입김 쎈 싸가지없는 학생을 위한 게 아니라 부모도 학생도 자기변호력 없는 ‘가장 약한 자’를 위해 존재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