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계엄령’에 맞서는 학생인권법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 수영 활동가

비상계엄과 음모론, 무너진 민주주의

12·3 비상계엄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상계엄의 내막에 대한 수 많은 증언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러한 증언들을 관통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허위 음모론에 기반하여 국정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다.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가득했던, 시민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명분으로 들었다. 헌법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는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우리 사회의 유지를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신뢰와 민주주의를 붕괴시켰다.

다채롭게 역동했던 청소년-시민들

이번 탄핵 촉구 집회에서 인상적인 지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청소년 주체들의 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문구의 깃발과 피켓을 들었고, 동아리·시민사회단체·언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했으며, 무려 5만여명의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자는 목소리를 모으기도 했다. 청소년-시민들은 청소년이라는 단일한 호명에 갇히지 않고, 여성, 퀴어, 이주민, 장애인,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되는 속에서 광장에 함께했다.

‘반교육’ 정책 일삼은 윤석열 정부

사실 이러한 반헌법적 비상계엄 이전에도 윤석열 정권은 우리 사회의 기초적 가치를 꾸준히 무너트렸다. 한 예시로, 2023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는 교육주체들을 분열시키고 인권과 성평등을 부정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교사의 자의적 판단을 통해 학생을 교실에서 쫓아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악을 지시하며 전국적인 학생 인권의 후퇴를 부추겼다. 성교육·성평등 도서가 학교 도서관에서 줄줄이 폐기되고, 국정감사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과 교육부 장관이 공공연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일삼았다. 서울과 충남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실제로 폐지 위기에 처했다. 가히 ‘학교의 계엄령’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연대의 힘으로, 사회대개혁 이뤄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대통령 한 명을 파면시키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다. 탄핵만으로 수렴되지 않는, 광장에 모였던 다양한 시민들의 경험과 요구들을 휘발시키지 않기 위해 인권과 성평등의 가치에 기초한 사회대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무너진 인권과 성평등, 학생인권법으로 되살려야

이러한 상황 속에서 22대 국회에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자치와 참여의 권리, 사생활 보장 등 학생의 기본적 인권과 권리 구제 절차를 규정한 ‘학생인권법’이 발의되었다. 기존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학생인권조례를 전국으로 확장한 것이다. 각 지역 조례의 공백 속에서, 학생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학교의 계엄령’에 맞서기 위해서 학생인권법 제정이 긴요하다.

청소년-시민들의 힘으로, 내란 종식의 봄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내란죄 피의자가 구치소에서 석방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한편, ‘서부지법 폭동’과 헌법재판소를 향한 협박과 위협으로 보듯 극우세력은 여전히 곳곳에서 사회적 질서와 법규범을 파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변론에서까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던 피청구인의 주장과는 다르게, 내란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연대’와 ‘민주주의’라는, 극우 세력에게는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남태령에서는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내 성폭력 피해 학생을 조력했다 각종 불이익을 당한 지혜복 교사에게, 시민들은 곳곳의 현장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를 자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들도 가만히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된 이후에도, 끝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려는 세력들을 온전히 진압하고 사회대개혁을 실현할 순간까지, 광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모이자. 우리의 흩어지지 않는 저항과 연대를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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