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당시에 페이지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주는 출판사의 시스템 덕분에 한국어 번역본만 대략 800페이지가 나오는 책, 죄와 벌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훗날, 이 책은 노벨 연구소에서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되죠.
주인공 로지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는 인간을 비범한 인간, 그리고 평범한 인간으로 구별 지었습니다. 그는 비범한 인간은 지적으로 뛰어나고, 카리스마를 갖췄고,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갖췄으며, 평범한 인간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지만, 다수의 평범한 인간을 위해서 소수의 평범한 인간을 희생해도 된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평범한 인간을 위한 행동을 한다는 가정하에서는 법과 도덕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한 그는 자신의 사상에 이끌려서 모종의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죄책감과, 자신이 과연 비범한 인간인지를 의심하게 되면서 느끼는 고통의 모든 과정이 소설에서의 ‘죄와 벌’입니다. 이러한 사상에서 나타난 비범한 인간과, 평범한 인간은 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위버멘쉬에 관한 개념과 연관됩니다. 직역하면 ‘초인’, 영어로 하면 ‘Super Man’이라는 어이없는 말이 나오지만, 위버멘쉬의 뜻은 ‘인간을 뛰어넘은 인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제, 또는 공포가 있으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위버멘쉬라고 주장하기도 하죠. 즉, 위버멘쉬는 밤마다, 양을 잡아먹는 늑대가 있다면, 그 늑대를 직접 직면하고, 그 늑대가 더는 자기 종족들을 잡아먹을 수 없도록 나서서 싸우는 하나의 양. 자는 동안 자신이 먹힐 수 있다는 생각에 벌벌 떠는 양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무엇이라도 움직이는 양.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양을 니체는 위버멘쉬라고 정의했고, 그 공포를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가치를 지키면서, 만들면서, 발전하면서 위버멘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비록 항상 위버멘쉬가 될 순 없지만, 모든 순간 위버멘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죄와 벌은 비록 ‘위버멘쉬’라는 말의 언급이 없었지만, ‘위버멘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라스콜니코프의 성장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라스콜니코프가 자신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도 철학적인 가르침 을 줍니다. 이런 책 죄와 벌,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