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학생회

학생 자치 체계, 개선돼야 한다

[사설]

연신중학교 문성호 기자

2024-12-07


현재 연신중학교는 ‘학생 자치’의 실현을 위해 ‘학생회’와 ‘대의원회’를 두고 있다. 학생회는 학생이 뽑아 선출된 전교 회장, 부회장과 면접을 통해 뽑힌 각 부서(정보학습부, 바른생활부 등)의 부장 총 10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의원회는 총 16개 학급에서 2명씩 뽑힌 학급 회장들과 학생회로 구성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배우게 되는 ‘권력 분립’의 원리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학생회는 행정부, 즉 정부의 역할을 하고, 대의원회는 입법부, 즉 국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학생회는 대의원회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고, 학생회 고유 사업에 학교가 간섭하는 등 ‘학생 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대의원회는 학생회를 견제하기는커녕 학생회가 추진하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진행 요원’의 역할만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대의원회 회의도 단순히 규정된 시간을 채우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회가 방만하게 운영되거나, 학생 대다수가 원하는 것과 반대되는 사업을 전개해도 견제할 곳은 없는 셈이다. 실제로 학생회가 선거에서 공약한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필자가 연신중학교 학생회의 공약 이행 상황을 조사한 결과, 선거에 출마하며 공약한 많은 사항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공약 이행률이 0%인 것이다. 대의원회에 공약 이행 내역 등 학생회 운영 상황을 보고하고, 대의원회는 부적절한 부분을 지적하고 학생회와 함께 고쳐 나간다면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학생회 회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학생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회의해서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는지, 어떻게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게 됐는지를 학생 자치의 주체인 학생들이 알 필요가 있다. 학생회 정기 회의에 학생회와 철저히 분리된 감시 위원이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교육실험실 21>이라는 매체에 따르면 학생회 회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감시하는 감시 위원인 ‘그림자 위원’을 회의에 참여시켰더니 학생 자치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학생 자치가 투명하고 학생 주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학생회의 잘못만은 아니다. 한 학생회 고위 임원은 “공약 사항을 지키려 해도 담당 선생님께서 학생회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이행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열정이 있어도, 학생을 위해 활동하려고 해도 학교는 학생회를 돕지 않는 것이다. 학생회는 학생이 뽑은 학생의 대표자이다. 학교의 입맛대로 운영하면 안 된다. 학생회에 ‘어떤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라고 의견을 물어야 한다. 또 그 의견을 바탕으로 학생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 선출한 학생회가 하려는 일을 학생의 뜻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전교 회장과 부회장의 선출 과정도 개선이 필요하다. 후보들이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연신중학교에서는 매해 12월에 다음 해 전교 회장단을 선출하는데, 이 과정이 기말고사와 겹쳐 후보들은 학업에 지장이 생긴다. 기말고사 기간에 선거운동을 하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방해되고, 학생들이 각 후보의 공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에 공약과 능력 위주의 선거가 아닌 단순 ‘인기투표’로 변질될 위험도 크다. 또한 선거 기간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말할 기회는 단 두 번뿐이다. 학교는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연설 횟수를 늘려 후보들이 마음껏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하겠다. 전교 회장과 부회장이 성별에 따라 당선되는 제도도 고쳐야 한다. 현 제도상 전교 회장과 부회장은 학생들이 남녀 구분 없이 2학년과 3학년 후보 중 각각 1명씩을 뽑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2학년과 3학년에서 각각 득표수가 높은 2인이 성별과 관계없이 전교 회장과 부회장으로 당선되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학년에서는 남자 후보 중 득표수 1위와 여자 후보 중 득표수 1위가 부회장이 되고, 3학년에서는 2학년과 똑같이 선출된 두 후보 중 득표수가 높은 사람이 회장, 낮은 사람이 부회장이 된다. 이렇게 남녀를 나눠서 선출하게 되면 학생회의 성별 다양성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득표수 기준 전체 후보 중 2위를 해도 동성 후보가 득표수 1위라면 전교 부회장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 연신중학교 학생회가 이러한 구조인데, 지난해 치러진 선거에서 당시 김 모 후보와 윤 모 후보가 각각 108표와 91표로 득표수 1위와 2위를 차지했지만, 윤 후보와 김 후보의 성별이 같아 2위를 기록한 윤 후보는 당선되지 못했고, 득표수 54표로 3위를 기록한 박 모 후보가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득표수 2위로 학생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은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는 현 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학생 자치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우기 위한 교육’인데, 현재 많은 학교들의 학생 자치 체계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 기관을 견제하는 것은 필수적인데도 학생회를 견제할 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청렴하고 열정적인 학생회에 권력이 부여되어도 학교에 막혀 학생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 학생의 대표를 뽑는 선거는 인기투표로 변질된 지 오래, 선거 과정도 개선되어야 한다. 학생의 대표라는 정당성을 학생으로부터 부여받은 학생회와 대의원회가 진정히 학생을 위해 활동할 수 있게, 학교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