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경,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제주항공 B737 여객기가 조류충돌로 인해 비상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활주로 말단에 설치된 착륙 유도를 돕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둔덕으로 인해 사고가 더 커졌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본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점이 있다. 국가애도기간은 해당 기간동안 모든 국민들이 사고에 대해 추모하고 애도하는 기간을 뜻한다. 대형사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반응을 국가권력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므로서 슬픔과 같은 감정을 국가가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당일인 29일, 오전 9시에 사고가 발생하고 당일 예정되어있던 현대해양레저의 한강 불꽃놀이가 오후 6시에 진행되었다. 서울시는 불꽃놀이를 진행한 현대해양레저에게 6개월 유람선 운항금지와 진행하는 모든 협력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사고 당일 오후 2시 40분에 사측에 행사 취소를 요청하였으나 외국인을 포함한 200여명의 유람선 탑승객이 탑승하기로 되어있었으며 행사까지는 4시간 가량 남은 시점에서 취소를 강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양레저는 해당 관광상품을 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거의 매일 해당 행사를 진행해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생계가 걸린 행사의 취소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았단 이유로 합법적인 사업을 6개월간 중지한 것이다. 결국 현대해양레저는 사과문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감정에서 끝나야 할 애도와 추모가 국가적인 차원으로 진행되며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의 입장에서도, 개인의 입장에서도, 유가족의 입장에서도 국가애도기간은 장점에 비해 단점이 더욱 큰 것 같다. 국가적 차원에서 강제하고, 규제하는 것 보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 편집자 주 - 이승현 기자는 본 기사를 마지막으로 토끼풀을 떠납니다. 중학교 마지막 한 해를 토끼풀과 함께해 즐거웠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이승현 기자의 고등학교 생활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