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녹번·응암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이 건설되면서 학생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따라서 이들을 수용할 학교들이 필요했는데, 초등학교는 서울어울초등학교가 신설됐지만 중학교는 생기지 않았다. 본래의 녹번동 개발 계획에 중학교 부지가 포함돼 있었지만, 2016년 은평구의회에서 “충암중학교와 영락중학교에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학교 부지의 지정을 해제하고 아파트 한 동을 추가로 지었다. 따라서 녹번·응암동에 거주하는 중학생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중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의 불편이 지속되자 해당 지역 중학교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넘쳐나는 학생들을 본래 계획인 충암·영락중학교가 아닌 연신·불광·연천중학교에도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배정 학군이 초등학교 학군과 동떨어져 있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멀어지는 문제도 제기된다. 녹번동 은평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중학교 배정이 다르게 될 것 같아 섭섭하다”라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원거리 통학이다. 학생들이 왕복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를 매일 아침과 방과 후에 왕래해야 하는데, 시간이 매우 낭비된다는 불만이 쇄도한다. 연신중학교에 재학 중인 나예은 학생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지각하지 않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며 “아침밥을 먹을 시간도 없다”라고 <토끼풀>에 말했다.
원거리 통학에 따른 교통비 문제도 학생들을 괴롭힌다. 청소년 기준 버스 요금이 900원이고, 지하철 요금이 800원인데, 하루 2번 이상 학교를 왕복해야 하니 교통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 한 학생은 <토끼풀>에 “한 달 교통비가 6만 원 이상 들어서 매우 부담된다”고 불평했다. 한 학생은 “교통비가 한 달에 8만원이 넘는데, 부모님께 말하기도 눈치가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토끼풀>의 설문조사 결과 84명 중 62%의 학생들이 ‘교통비가 많이 들어 부담된다’라고 답했다.
비자발적인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과도한 교통비 문제를 많은 학생들이 겪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뚜렷한 해법을 내고 있지 않다. <토끼풀> 취재 결과,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시행 중인 서울특별시는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혜택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K패스’ 사업을 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서울시와 국토부는 20대 이상 40대 미만 청년층에게는 혜택을 상당히 많이 주고 있다. 서울시 사업인 기후동행카드의 원래 가격은 65000원인데, 만 19세 이상 40세 미만은 7천 원이 할인되고, 군대에 갔다 온 청년은 이러한 혜택이 2년 연장된다. 국토교통부 사업인 K패스는 대중교통을 일정 횟수 이상 이용하면 20%를 사후 환급해 주는 정책이고, K패스 또한 만 19세에서 34세의 청년은 환급률을 10% 늘린 30%의 환급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의 교통비 지출이 청년층보다 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에서는 K패스에서 확장한 혜택을 제공하는 ‘더 경기패스’ 사업을 시행 중인데, 만 6세에서 18세 청소년에게는 분기별 6만 원, 연간 24만 원 한도의 전액 환급 혜택이 주어진다. 광명시에서는 경기도의 혜택과 별개로 청소년에게 분기별 9만 원, 연간 최대 36만 원의 환급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기후동행카드·K패스 정책은 경기도와 광명시의 사업들과는 달리 청소년 혜택이 전혀 없다. 기후동행카드는 청년층 요금인 58000원보다 비싼 65000원의 요금으로 이용해야 하고, K패스의 경우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홈페이지 가입조차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성흠제 의원은 <토끼풀>과의 인터뷰에서 “심각성을 잘 알겠다”며 “서울시와 대화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해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인 만큼, 하루빨리 청소년 혜택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고, “정치인들과 정부 당국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을 고려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학생은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고, 투표권이 있는 노인층과 청년층을 위한 선심성 정책만 쏟아지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고, “교통비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