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교과서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AI를 탑재한 디지털 기기’의 형상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디지털교과서를 2025년에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십 명이 사용하는 학원 교재도 아닌 전국 수백만 명 학생들의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과서를 2년 만에 개발하고 교사 연수까지 마쳐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널리 사용한다는 계획은 얼핏 들어도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이런 AI 디지털교과서, 자세히 알아봤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많은 비판과는 달리 장점도 일부 있다. 교육부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학생에게는 학습 현황에 대한 개별화된 피드백이 제공되며 교사는 더욱 쾌적하게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들의 학습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연신중학교 박현동 선생님은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교육 현장에서의 AI 리터러시(AI 문해력,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교육 등이 활성화돼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속도를 맞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토끼풀』에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박 선생님은 “미래의 대한민국이 AI 기술 발전에 뒤쳐지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AI 디지털교과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영락중학교 김지혜 선생님도 “학생들이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AI 디지털교과서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당장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도입되고, 2028년에는 모든 학년 모든 교과목에 적용되는데, 실제로 사용할 교과서의 선정은 이달 29일 완료된다.
교사 연수도 미비하다. 교과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므로 실제 교과서 없이 연수가 이뤄진다. AI 디지털교과서 없이 어떻게 AI 디지털교과서 연수를 진행하는지 의문이다. 올해만 3천 8백억 원을 들여 32만 명 교사에게 연수를 시행한다고 한다.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연수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토끼풀>이 인터뷰한 연신중학교 박현동 선생님, 영락중학교 김지혜 선생님 모두 연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현동 선생님은 “당장 내년 도입되는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연수가 제대로 개설되지 못했고, 그나마 만들어진 강좌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전했다. 실제로 연수는 소수의 관심 있는 교사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도입 이후 현장 적용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학습 수준 격차가 더욱 커지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고려대학교 김경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사교육의 난립과 사회적으로 확산된 능력주의 사상으로 인해 교육 격차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교육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 상황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AI 교육은 현재 사교육을 통해 널리 이뤄지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도 대부분 사교육 업체가 제작한다. 교육 격차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사교육인데, 이러한 사교육에 투자하여 AI 시대에 대비한 학생들은 AI 디지털교과서의 잠재 능력을 전부 뽑아낼 수 있을 것인 반면, 사교육에 투자하지 못하고 AI 시대에도 대비하지 못한 학생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도 힘들어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는 심화되고, 대한민국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을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구독형 모델이 적용되는데, 학생 1인당 연간 6~10만 원이 들고, 기존의 종이 교과서 대비 2배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I는 제대로 개발하고 학습시키는 데에 엄청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며, 이를 운용하는 서버의 사용료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연간 수조 원이 더 드는 AI 디지털교과서, 시행착오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크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장점도 있지만 문제점이 상당히 많다. 내년에 실제로 투입될 교사들의 연수가 미비하고, 교과서 실물은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 학생의 교육 격차는 더욱 심화되며,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매년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AI 디지털교과서가 어떤 식으로 유용하게 사용될지는 현직 교사들도 잘 알지 못하고, 학생들은 더더욱 모르고 있다. 실제로 AI 교과서 사업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당장 내년 도입되는 미완성 교과서,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밝지 않다.